[투데이광주전남] 이미영 기자 = 지난해 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이 바뀌면 욕망이 바뀌고 욕망이 바뀌면 일상이 변한다.
접촉이 느슨하고 거리가 있으면서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시나브로 높아지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드라이브 인, 파크(park), 고택카페, 정원카페, 자동차카페 등 언택트 카페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구례군 소재지 300년 고택인 쌍산재(雙山齋)는 저렴한 비용으로 차를 마시며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전남도의 명소다.
구례 쌍산재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형태의 해주오씨 고택 한옥으로 현재 운영자의 고조부님의 아호(쌍산) ‘화목’ 뜻을 함의하는 호와 '서재가 있는 집' 집재(齋)가 합해져 쌍산재(雙山齋)라고 명명하고, 2018년 전라남도 민간정원 5호로 등록됐다.
고택 한옥 체험 방에는 TV와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곤 자연과 가족, 자신 뿐이여 잠시 혹은 하루 이틀 간 정보세계에서 멀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전국의 고택 정원을 연구한 책<고택과 어우러진 삶이 담긴 정원>에서 쌍산재를 거닐기 좋은 고택으로 소개되어 있다.
쌍산재는 울타리 안쪽만 5000평(약 1만6500㎡)에 달하는 대저택이다. 그러나 바깥에서는 그 위용을 가늠하기 어렵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문을 열면 그제야 사랑채, 안채, 바깥채, 별채가 널찍하게 포진한 정원이 드러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별채 뒤편의 대나무 숲을 따라 오르면 축구장 크기의 잔디밭이 나온다. 그 너머에 서당채, 연못 방지원도, 경암당이 자리해 있고, 순서대로 거닐어 영벽문에 이르러서야 저택의 반대편 끝에 도달한다. 물론 문 바로 너머에 펼쳐진 사도저수지의 시원한 경관도 쌍산재가 간직한 아름다움의 일부다.
쌍산재에 거주하며 고택을 관리하는 5대손 오경영 씨의 말에 따르면, 이런 이례적인 구조는 식량을 꾸러 오는 농민이 저택의 위용에 주눅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고 한다. 잔디밭도 작물을 심기 위해 남겨둔 공간이며, 비교적 좁은 사랑채 정원도 우물인 당몰샘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쓰기 위해 담장을 다시 둘러 할애한 것이라고 한다.
놀라운 광경이 끝없이 등장하는 이 근사한 산책길은 선조의 겸허한 마음씨가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한편 SNS상 핫플레이스로 유명해져 젊은층에게도 인기가 많아 고택 곳곳에 삼각대를 제공 사진촬영을 용이하게 한 포토 스팟과 둘러 보면서 중간중간에 앉아서 마실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컵을 버리는 곳도 편리하게 설치하여 자연그대로를 유지하려는 운영자 손길이 엿보인다.
우리 나라 한옥은 안과 밖을 단단하게 구분하는 것이 아닌 느슨하게 설정하여 자연과 자연스레 연결되는 것이 특징으로 외국인들도 한옥스테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쌍산재 고택도 빠지지 않는다.
운영자 오경영 씨는 "방문객들의 수효가 많아져 문화재로 박제된 고택으로 변모돠지 않기 위해 고유 건축미을 그대로 살려 10년후 재 방문해 보셔도 오늘 느낌 그대로 보존 돼 있을거라"고 자부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