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잊혀진 계절’을 사랑한 당대의 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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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잊혀진 계절’을 사랑한 당대의 가수들
  • 정경택 기자
  • 승인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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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제일대학교 백승한 처장 = ‘잊혀진 계절’을 사랑한 당대의 가수들

국민가수이자 가수왕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깊어가는 가을이면 대한민국 전역으로 울려 퍼지는 노래의 대명사로서, 이제 단순히 히트곡이 아닌 세기를 넘어 우리시대의 아름다운 정서로 자리매김하여 예술로 승화되고 있다.

자그마치 40여년 동안 당대의 소위 내놓으라는 수많은 가수들이 사랑했던 잊혀진 계절의 끝없는 매력을 찾아 떠나보고 싶다. 잊혀진 계절로 가장 많이 방송을 탄 가수는 단연 조영남이다. 지금도 그 노래는 원래 자기가 부를 노래였다고 지난 40여년 간 꾸준히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 아마 그 분께는 일생일대의 ‘후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조영남 씨가 부르는 잊혀진 계절은 너무 매끄럽다. 원곡 가수 이용처럼 애절하면서도 폭발적인 감정보다는 편안 쇼파에 앉아 클래식을 감상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행사때 마다 빠뜨리지 않고 화개장터와 더불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참, 'Changing season' 으로 개사해 영어로 부르기도 했다.

잊혀진 계절을 퓨전 발라드 장르로 승화시킨 장본인은 김범수라고 생각된다. 원곡의 잊혀진 계절이 음악다방의 한 귀퉁이에서 연인과의 추억을 그리워하면 눈물짓는 모습이라면 이 노래는 시원한 바닷가에 앉아 지난 연인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는 정도의 차이쯤이라 생각된다. 뭐든지 쿨하게 생각하는 요즘 세대들의 성향을 이 노래에서 엿볼 수 있는 듯 하다. 박화요비의 ‘잊혀진 계절’은 그네들 취향의 결정판이라고 할까. 도무지 진지함이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데도 그대들이 좋다면야 어찌하로소이까! 이렇게도 저렇게도 불려질 수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음악성을 원망(?)하는 수밖에.

한편 한국 가요계의 맏이격인 패티김과 김도향 역시 그들만의 독특한 화음으로 잊혀진 계절을 멋지게 소화해내고 있다. 그 외에도 최진희, 최성수, 최백호, 이호준, 박영규, 박강성, 위일청, 조관우, 이수영 등 실력으로 승부하는 가요계의 톱클라스 멤버들 역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잊혀진 계절을 열창하고 있는 것이 마치 가수라면 반드시 한번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의식의 노래쯤으로 보여진다. 그뿐인가. 놀라지들 마시길 바라며 김정구, 최희준, 나훈아, 문주란 등의 대한민국 최고의 트로트 가수들조차 그들의 기념 앨범에서 잊혀진 계절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네 정서에 그만이라는 트로트 창법으로 불려지는 구수하면서도 절절히 꺽여지는 잊혀진 계절이 사뭇 궁금해진다. 소위 카페가수들의 단골 레퍼터리에 단연 잊혀진 계절이 포함된다.

김란영, 이영애 등 제법 이름이 알려진 가수들에 의해 잊혀진 계절은 밤을 잊은 그대를 위한 부르스 곡으로 그리고 경부고속도로의 화물차 위에서 때로는 바다 한가운데서도 고단한 삶의 한자락에 잠시 호사스런 여유를 준다. 참, 이제는 중견 가수가 된 신용재가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한다’ 7080 빅매치 코너에서 부른 ‘잊혀진 계절이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성숙하고 특유의 깊은 목소리에 무대를 지켜보던 알리와 '가비앤제이' 장희영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으며 특별심사위원 이상벽은 ‘원곡을 능가했다’고 극찬을 하였다. 결국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신재용이 우승하였으며 이 기사가 여느 오락프로그램하고는 다르게 연일 매스컴을 달궜던 기억이 새롭다.

한편 ‘가수 이용’은 언제가 SBS TV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에서 1982년 가요대상을 선물해 준 ‘잊혀진 계절’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지만 깊은 사랑 노래로서 베토벤 수준의 멜로디다.’라고 소개하며 ‘40년이 지난 지금도 후배들이 계속 리메이크를 한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라면 도전해 볼 수 있겠지만, 정말 어려운 노래다. 원곡을 잘 살린 가수는 김재중(영웅재중)과 서영은이다. 맛을 제대로 내면서 참 잘 불렀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러 가수들이 꾸준히 리메이크 하고 있으며, 특히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KBS 2)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아이유가 극 중 이 노래를 불러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에는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에서 임영웅도 열창해서 유튜브 등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두 가수 역시 원곡가수 이용으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고 더 열심히 불러 보겠다고 다짐을 했다.

40여년 간 8천회 이상 ‘잊혀진 계절’을 부른 원곡 가수 이용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데뷔 17개월 만에 최연소로 가수왕에 오른 전후무한 기록, 80년대 초 조용필이 휩쓸던 가수대상을 유일하게 제친 가수, 07년 10월 31일 하루 동안 138회 방송되면서 기네스북에 오른 현대사 그리고 대중문화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대중문화예술부문 대통령상 수상 등 여전히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트렌드가 기가(GIGA)를 넘어 테라(TERA)이상으로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40여년 지기부터 신세대 팬까지 가수 이용의 팬덤은 놀랄 정도로 커져만 간다. 이유인즉슨 굳이 공중파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일주일에도 몇 번이나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유튜버 ‘이용 TV’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며 진솔하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예측 불가한 화려한 변신이 오늘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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