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뫼에서 어머니와 함께 형님을 매장했습니다.”
생존자 정응모씨
생존자 정응모씨
[투데이광주] 정응모씨는 1936년생이다. 1950년 12월 당시 전남 함평군 월야면 월악리에서 어머니, 정응모씨, 형님 3모자가 살고 있었다. 그 날 아침, 군인들이 마을 사람들을 마을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 앞에 모이자 군인들이 총을 들이대면서 남산뫼로 이동하라고 했다. 남산뫼에 도착해보니 사람들이 각 부락 별로 앉아 있었다.
군인들이 묘등에 기관총을 장착하고 130여명의 사람들을 향해 기관총을 쏘았다. 한차례 사격이 끝나고 군인들이 “지금까지 안 죽은 사람은 명당자리니까 모두 일어나라.”고 말했다. 안 죽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군인들이 다시 총을 쏘았다. 그 날 정응모씨의 형님이 그 자리에서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 어머니하고 정응모씨가 그 자리에서 형을 매장을 했다.
1950년 12월 7일 해질녘 검은 안개가 마을을 뒤덮었다. 진눈깨비가 내렸다. 어머니와 정응모씨가 남산뫼에 형을 매장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마을이 모두 불에 타 버리고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집도 모두 불에 타 버린 후였다. 살이 에이도록 혹독하게 추운 날이었다.
밤이 되자 어머니와 정응모씨는 텃밭에 짚을 깔고 누웠다. 스르륵 스르륵, 쉭 쉭 하는 소리가 밤새 들렸다. 대나무잎 소리인지 총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3일 동안 나락타는 냄새, 짚벼늘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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