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눈] 오늘 하루의 시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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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눈] 오늘 하루의 시작은...
  • 김병철 기자(사진작가)
  • 승인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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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보따리 채로 끄집고 보일듯한 어둠을 가르며 오르는 산사

山上에는 뚜벅이 걸음으로 다가오는 가을 성큼
새벽녘 산사에는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듯 어둠을 뚫고 운해가 올라온다./김병철 기자
새벽녘 지리산 자락의 한 산사에는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듯 어둠을 뚫고 운해가 올라온다./김병철 기자

[투데이광주전남] 김병철 기자 = 새벽을 보따리 채로 끄집고 보일듯한 어둠을 가르며 어슬렁어슬렁 기어올라 상을 차린다. 태곳적부터 흐르던 개울물 소리가 꼬르륵거리며 트림을 하고, 이에 질세라 소쩍새가 솥 적다고 구슬피 울어댄다. 휘파람새와 쪽쪽새 소리에 운해는 멈칫거리며 미동을 시작한다. 막차 탄 매미는 터진 스피커 소리처럼 맥없이 늘어진 목청을 가다듬고, 산모기도 최후의 발악을 하는지 극성을 부린다.

山上에는 뚜벅이 걸음으로 다가오는 가을 냄새가 코끝을 어루만진다.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면 끈적거림이 옆구리를 잡아당겨 가을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가슴이 녹록지 않다. 고두밥같이 고슬고슬한 날에 고추잠자리 같은 칼칼한 붉은 고추 맛을 느낄 수 있는 가을이 그립기 때문이다.

새벽녘 지리산 자락의 한 산사에는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듯 어둠을 뚫고 운해가 올라온다./김병철 기자
새벽녘 지리산 자락의 한 산사에는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듯 어둠을 뚫고 운해가 올라온다./김병철 기자

 

새벽녘 산사에는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듯 어둠을 뚫고 운해가 올라온다./김병철 기자
새벽녘 지리산 자락의 한 산사에는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듯 어둠을 뚫고 운해가 올라온다./김병철 기자

떫은 감은 생채기를 내듯 오늘의 풍경도 흔적을 남긴다. 쇳덩이는 불을 먹으면 유연해지듯 우리네 인생도 늙어가면서 홍시처럼 부드러워지길 바라는 마음 누구나 꿈꿀 것이다. 세월이 흐른다고 탓할 게 아니라 흘러간 것은 흘러간 대로 또 다른 의미가 있기에 그댈 받아들이자. 느릿하게 흐르는 운해처럼 세월도 그렇게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은 우리 모두의 꿈으로 간직하고 즐기면서 살아보자.

한숨 쉼 없이 부지런한 운해는 가느다랗게 일렁이며 하루를 끌고 간다. 오늘도 흥미진진한 한 페이지를 가슴 한편에 살며시 내려놓으며 또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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