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부여잡기 위해 몸부림치며 생명의 물을 공급해 달라고 하소연하다 지친 모습 역력해
[투데이광주전남] 김병철 기자 = 조그만 봄비를 걸쳐 메고 자연이 데리고 온 봄꽃들이 지천(至賤)에 모둠으로 피어난다. 어떤 꽃을 먼저 사랑해야 할지 가슴이 덜컹거린다. 무더기무더기로 피어난 봄꽃들, 줄무더기로 찾아와 몽환경에 빠지게 하다가 무자비하리만큼 짓궂게 시기 질투하며 훼사(毁事) 놓는 미세먼지 때문에 제 색깔을 뽐내지 못한다.
날씨가 이상하다며 여럿이 모여 떼거리로 데모하고 있는 봄꽃, 한순간 와락 달려드는 꽃을 부여잡기 위해 몸부림치며 생명의 물을 공급해 달라고 하소연하다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오늘이 지나면 봄꽃은 또 말없이 자리를 뜨고, 또 다른 생명을 위한 몸부림으로 우뚝 서 자연이 주는 대로 묵묵히 삶을 영위해 가면 귓가에 남아있던 사연 많은 소리 희미해져 가고, 눈(目) 속에 남아있던 추억의 잔상마저 휘날리는 꽃잎처럼 흐물거리게 한다.
굳게 닫고 있던 벚꽃 꽃망울들, 빗방울의 여린 키스로 단잠에서 화르르 깨어나고, 수줍음으로 무장한 개나리꽃도 제 어미를 좇느라 분주하게 보호색으로 단장하고 무등산을 향해 분주하게 기어오르고 있다.
도시 공해에 찌든 오이 피클처럼 금남 공원의 수양벚꽃도 한들한들 맥없이 흐느적거린다.
굽이진 영산강 물줄기를 앞마당 삼아 한가히 놀고 있는 삼한지의 진달래도 강태공을 끌어들이며 유유자적하게 세월을 즐기고 있다.
죽림재의 매화는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나무우듬지를 몽땅 하늘나라로 보내고 겨우 슬픔을 이겨내고, 얼어붙은 민초들의 삶처럼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꽃 몇 망울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봄인 듯하지만, 서민들은 아직도 추위에 떨고 있다. 상식에 맞지 않게 줏대도 없이 흔들리는 역사로 향하고 있는 이 나라 정권의 모습이 마치 아름답게 피어났다 더럽게 사라지는 목련꽃처럼 꼴불견으로 다가온다. 떠오르는 태양도 시간이 지나면 지고 만다.
[낱말풀이] 무더기무더기 - 무더기가 여기저기 많이 있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