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광주전남] 전남대학교 정주원 학생=냉전 시대 군사 통신기술용으로 이용되었던 인터넷은, 이후 민간인들의 가상공동체 실험실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소위 영리적 기업인 닷컴기업의 주도로 호혜적 특징은 사라지고, 이상주의자들의 절규와는 반대로 닷컴 시대를 맞이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메타버스’로 칭한다. 초월(메타)과 세계(유니버스)가 합쳐진,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는 ‘사이버 공간’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자유로운 의식들의 범지구적 소통공간으로서의 관계성을 우선시했던 사이버공간과는 다르게, 메타버스는 방대한 3차원 그래픽 기술과 혼합기술을 우선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익명의 연결과 관계보단 마치 현실 같은 가상의 실재감에 더 무게가 쏠린다고 말할 수 있다. 디지털 감각 차이 부분에서는, 사이버공간은 현실사회의 권력 관계 등이 복제되었고 메타버스에서는 신생의 디지털 논리가 현실에 영향력을 미친다.
가령, 아바타를 복제해 업무를 처리하게 하는 작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디지털의 반작용이 미미했던 사이버공간과는 다르게, 메타버스는 가상 활동이 우리의 현실로 직접 연결되고 혼합된다. 운영 주체 측면도 눈에 띄게 다른데, 메타버스를 주도하는 ‘인클로저’의 후예들은 이 메타버스를 증강된 현실 속에서 오락·쇼핑·사회·경제 활동을 밀접하게 연결하는 또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묘사하고 있다. ‘동물의 숲’,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등 전 세계 사람들의 접근이 쉬운 빅테크 게임들을 앞세워 게임 속 활동과 현실을 연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SM 회사의 이수만 프로듀서의 실험 걸그룹 ‘에스파’를 선보였는데, 이는 인공지능과 현실 각각의 두 그룹으로 “현실과 가상의 중간 세계인 ‘디지털세계’를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며 성장해가는 스토리텔링”이라는 또 다른 메타버스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는 아바타의 증식과 문화 소비시장의 성장을 같다고 본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비전은 현실처럼 가상의 인공물을 모두 실물 자산처럼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을 구상하는 데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고있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이 메타버스에서 ‘대체 불가능 토큰’(NFT)이란 가상 자산화 기술 또한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NFT는 거래 가능한 현물 시장을 형성하는 데 최적의 암호화폐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현실을 처음 고안하고 상용화했던 재런 러니어(Jaron Lanier)는 가상의 기술이 ‘탈 상징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했다고 낙관적으로 평가했으며, 메타버스는 누구든 원하면 직접 돈을 지불해 가상의 땅을 산 뒤 집을 설계해 짓고 살면서 가구 등 아이템을 거래하고 주위 아바타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도 열고 그 집을 NFT로 가상 자산화해 거래하는 ‘멋진 신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렇게 메타버스 내의 직종증가와 공감 능력 향상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메타버스의 전망이 예전 낭만주의 시절 사이버공간에 비해 한없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물질세계와 연동해, 수많은 아바타가 함께 실감 나는 가상사회를 구축하자는 또 다른 원대한 목표완 다르게, 그들의 목표에 시민 대안의 기술 전망은 아예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메타버스 주도자들이 쫓는 장밋빛 청사진만 요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