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통 소리꾼 박수범의 정광수제 '수궁가' 판소리가 관람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환상의 무대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기획한 2025 전통시리즈 판소리 다섯마당 중 그 첫 공연으로 지난 20일 저녁 7시30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작은마당에서, 최혜진 목원대학교 교수의 사회와 김태영 전북대학교 음악학 박사의 고수의 반주로 열렸다.
수궁가'는 판소리 다섯마당중 유일한 우화적인 작품으로 예전에는 '토끼타령' '별주부타령' '토별가'라고도 불렸으나, 19세기 중반이후부터 '수궁가'라는 제목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작품의 줄거리는 병든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별주부가 토끼의 간을 구하려 세상에 나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수궁을 떠난 별주부는 토끼를 꾀어 수궁에 데려가지만, 토끼는 자신의 지혜로 위험을 넘기고 결국 살아 남는다. 이 작품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내며, 토끼의 지혜, 별주부의 충성심, 용왕의 어리석음 등 인간적 특성을 우화적으로 잘 드러낸다.
정광수제 '수궁가'는 동편제의 시조인 송흥록-송광록-송우룡-유성준-정광수-김영자로 전승된 소리이다. 음악성과 문학적인 소양을 모두 겸비한 정광수 명창이 유성준 명창으로 부터 전해 받은 수궁가 사설을 다듬었다. 격식있고 유려한 사설 표현이 돋보이며 힘 있는 통성과 우조성음을 바탕으로 하는 동편제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유파에 따라 사설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대체로 용왕득병-도사진맥-토끼화상-세상풍경-상좌다툼-토끼팔난-수궁풍경-토끼구변-세상귀환-토끼욕설-후일담 등으로 짜여있다.
소리를 청량하고 힘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젊은 청년명창 아티스트 소리꾼 박수범은 뛰어난 대사 전달력과 가사 전달력을 발휘하며 신비스럽고 깔끔하게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려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수범의 무대 매너를 보면서 연극배우 스타일의 소리꾼이라기보다는 뛰어난 영화배우 스타일의 소리꾼이라고 할만하다.
한편 박수범은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만5세에 이임례 선생님께 '심청가'를 배우며 판소리를 시작했다. 임방울 국악제 초등부와 중등부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이후 조상현 선생님께 '춘향가'를 배우며 기량을 쌓았음, 전주예술고등학교 진학 후 현재 스승인 길일구 선생님께 '적벽가' 김영자 선생님께 '수궁가'를 사사받았다.
동아국악콩구루에서 학생부 금상을 수상했고 적벽가 완창 발표회를 가졌으며,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입학한 후, 정회석 선생님께 '심청가' 유미리 선생님께 '흥보가'를 사사받으며 판소리 다섯마당을 모두 배웠다. 제42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일반부에서 장원을, KBS 국악대경연 성악부문에서 차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