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아낙들이 찬 뻘 헤치며 캐낸 털 없고 쫄깃한 참꼬막 최고로 꼽아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 으로 벌교꼬막 널리 알려져...
저지방·고단백, 타우린 성분 풍부...간 기능 개선 및 피로회복 큰 효과
[투데이광주전남] 신종천 선임기자 = 이른 아침 갯벌을 나선 아낙네들의 볼가엔 찬바람이 스치며 아직은 겨울임을 느끼게 해 준다. 아낙네들은 갯벌에서 뻘배를 타고 참꼬막을 캐러 나간다. 참꼬막은 뻘배를 타고 갯벌에 나가 일일이 캐야 하는 반면 새꼬막은 깊은 바다에 형망배를 타고 나가 갈퀴로 바닥을 긁어 끌어올려 캐는 방식으로 훨씬 수월하다.
일일이 캐야 하는 참꼬막은 탱글탱글하고 쫄깃쫄깃한 맛에 '꼬막' 중 최고로 쳐준다. 그래서인지 전라도에서는 잔칫상에 홍어와 함께 참꼬막이 있어야 '걸게 장만했다'는 말을 듣는다. 제사상에서도 참꼬막을 올려야 정성스레 준비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보성 벌교 사람들은 벌교 앞바다 여자만(汝自灣)의 진흙 갯벌을 '참뻘'이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자란 참꼬막은 양질의 미생물을 먹고 자라 살이 단단하고 모래가 섞이지 않아서 가장 맛이 좋다고 평가한다.
참꼬막은 주름이 21골, 새꼬막은 31골, 피꼬막은 41골이다. 참꼬막은 갯벌 아래 3~5㎝에 박혀 있다. 대다수 양식꼬막이다. 자연산 종묘에 의해서만 자라고 가을철에 자연 발생한 종묘를 살포한 후 3~5년 키워 채취한다.
참꼬막은 표면에 털이 없고 졸깃졸깃한 맛이 나는 고급 종이고 제사상에 올려져 ‘제사꼬막’이라고도 한다. 이에 비해 껍데기 골의 폭이 좁으며 털이 나 있는 새꼬막은 조갯살이 미끈한 데다 다소 맛이 떨어져 하급품 ‘똥꼬막’이 되었다. 참꼬막의 성장기간은 4년이 걸리지만 새꼬막은 2년이면 충분하다. 이러한 이유로 참꼬막이 새꼬막에 비해 서너 배 비싸다.
꼬막은 다른 조개와 달리 익고 나서도 입을 꽉 다물고 있다. 이때 위 뚜껑과 아래 뚜껑이 맞물린 이음 사이에 숟가락을 들이밀어 지렛대처럼 젖히면 쉽게 열 수 있다. 열린 꼬막 속에는 주황색의 살과 함께 불그죽죽한 물이 고여 있다. 특별한 간을 하지 않아도 간간하고 감칠맛이 난다.
벌교꼬막 중 가장 주목받는 건 장도(獐島) 꼬막. 장도는 ‘한국 꼬막 1번지’로 불린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장암리 포구에서 남동쪽으로 3.8㎞ 해상에 위치한 장도는 원래는 여수군 돌산면에 속하였으나 고흥군 동강면에 편입되었고 83년 보성군 벌교읍에 편입된다.
장도는 여러 섬으로 쪼개져 있는데 유인도는 3개다. 여기 어촌계에 200여 가구가 있다. 가구당 최소 2대 이상의 뻘배를 갖고 있다. 스키처럼 생긴 이 배를 타고 갯벌을 돌아다니며 꼬막을 캔다.
우리나라에는 16여 종의 꼬막이 살고 있으며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을 가장 많이 찾는다. 이 중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진짜 꼬막'의 의미에서 '참'자가 붙은 참꼬막이다. 참꼬막은 껍데기 골이 깊고 단단한 특징이 있다. 또한 참꼬막과 새꼬막은 삶았을 때 새꼬막은 노란빛을 띠는 반면, 참꼬막은 헤모글로빈 성분이 많아 초콜릿색을 띤다.
꼬막은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가장 찰지고 맛이 좋다. 꼬막은 원래 고마조개 줄임말 '고막'으로 불리다 조정래 태백산맥에서 남도사투리인 '꼬막'을 쓰면서 고막을 제치고 표준어가 됐다.
소설 태백산맥에 ‘외서댁과 꼬막’이 등장한 이후 벌교 꼬막은 꼬막의 대명사가 됐다. 꼬막이 나오는 벌교 갯벌 중에서도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이자 벌교읍의 부속 섬인 장도는 벌교 꼬막의 최대 산지다.
장도행 뱃길의 시발점인 벌교는 꼬막의 고장이자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동시에, 노래 부용산이 탄생한 곳이다. 또 구한말에는 담살이(머슴) 의병장 안규홍이 이끌던 의병의 주요 활동무대였다. 벌교의 상징은 갯벌이다. 벌교란 지명 자체가 뻘게 즉 갯벌이 있는 바다에서 유래했다. 갯벌이 있어서 벌교가 있고 벌교의 삶과 역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