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남도 어느 홍보팀장의 애환(哀歡)
[투데이광주전남] 문주현 기자 = “선배님! 너무나 힘듭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죄송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전라남도 한 지방자치단체 홍보팀장으로 근무했던 A씨의 고별인사다.
필자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막다른 선택을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의구심이 뇌리를 요동쳤다.
그는 20여 년 전쯤 전남 최고의 신문으로 일컬어지던 J일보 기자로 수년간 재직하고, 정치·사업·공직을 오가는 변신을 꾀했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기에 이 같은 그의 말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에 그의 입장과 상황을 살폈고, 동료들이 전하는 사직의 이유는 이랬다.
A씨는 2023년 7월경 전라남도 한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직 홍보팀장으로 임용됐다. 그의 다양한 경험과 경력들이 선한 영향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용 후 그는 지난 10일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축제와 기자회견 등 수많은 대외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홍보비 집행은 늘 걸림돌로 자리했다. ‘예산은 부족하고 달라는 매체는 많고’ 이런 모순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매일 100여 통에 달하는 전화와 문자 그리고 폭언과 협박 등은 그의 업무와 일상에 지장을 야기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증세는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등 갖가지 위험을 초래했으나 병명을 특정하진 못했다. 결국 사직이라는 마지막 수를 뒀다는 것이 동료들의 전언이다.
A 팀장의 발목을 잡은 홍보비란 지자체 사업의 계획이나 활동 상황 등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활동이나 이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이 비용은 한정됐고 이를 집행할 매체는 늘고 있다. 예산 증액과 매체사 감소가 필요충분조건인 데 실제는 불가능하다. 중앙정부의 긴축재정과 중앙·신규매체사의 광주·전남 제도권 진입은 어찌할 수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A씨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으리라.
홍보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개입과 통제, 지자체의 기준 마련과 실행, 매체사의 자정(自淨) 노력 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이 중 중앙정부 차원의 개입과 통제가 홍보 관계자들의 중론이나 중앙정부에서 개의치 않고 있으니 현실적으론 여의치 못하다.
또 지자체의 홍보비 집행 기준 마련과 실행 또한 늘 현재진행형이다.
홍보비 집행을 위한 기준은 마련됐으나 실행은 어렵다. 방송사, 통신사, 전국일간지, 지방일간지, 뉴스 콘텐츠 제휴사, 뉴스 스탠드 제휴사, 포털 등재 인터넷 신문, 일반 인터넷 신문, 특수지, 보도 횟수, 협조 여부 등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금액이 산정·집행됐으나, 홍보 단가 노출 시 매체사들의 반발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지자체는 페이지뷰 유저뷰 등을 통한 홍보비 집행을 추진했다가 뷰가 적은 매체사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매체사의 자정(自淨) 노력 또한 쉽지 않다.
날이 갈수록 매체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본보가 2012년 창간해 98번째로 등록했고, 2024년 현재 500여 매체들이 활동하고 있으니 12년 동안 5배로 증가된 셈이다.
전남도 지자체 한 관계자는 "전남도 22개 시·군에는 300~500여 매체들이 등록돼 활동 중이다. 저널리즘에 입각한 보도와 홍보를 지향하는 매체는 소수이며, 대부분은 비즈니스로 접근하고 있다. 매일 등록된 매체사는 늘어나고, 1백여 통에 이르는 문자와 전화는 물론 수십 팀에 달하는 매체사들의 방문은 일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이 중 1인 다매체 운영, 홍보 없는 홍보비 요구, 근무 시간 외 잦은 연락, 폭언, 협박 등은 매체사들이 지양해야 할 최소한의 자세다“고 덧붙였다.
홍보비 집행을 둘러싼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제2의 A씨를 막기 위해선 "지자체는 홍보비 예산 증액에 최선을 다하며, 좀 더 명확하고 좀 더 세밀한 홍보비 집행 기준안을 마련 엄중하게 실시하고, 매체사는 자정(自淨) 노력과 함께 스스로 할 일과 홍보비 집행 기준안 부합에 최선을 다하고, 배려와 이해 또한 필요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