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 410억 복합커뮤니티센터 '안전불감증' 도마 위

지적 보도보다는 '안전통로' 설치 전제로 한 해결책 모색 vs 시행사, 주먹구구식 나 몰라라식 대처 시행사 설치 안전통로, 엉망진창 위험 상존...지역민, 안전통로 아닌 위험통로 '성토' 보성군 "조속한 대책 수립, 주민들 안전에 최선 다할 것" 해명

2024-08-16     노영찬 기자

전남 보성군이 문화 여가시설을 확충하고, 군민들의 일상에 새바람을 불어넣고자 추진 중인 보성군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 사업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410억원이 투입된 대형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의 안전을 수호하고 보행자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통로 설치에 시행사는 ‘주먹구구식 보여주기 행태’를 벌이고 이를 관리감독할 보성군은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서다.

비슷한 규모의 사업을 추진 중인 광주 북구의 안전통로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16일 보성군 등에 따르면 2025년 7월 준공 예정인 보성군 보성읍 소재 복합커뮤니티센터(이하 센터)는 총사업비 410억원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6층, 연면적 15,950㎡ 규모로 건립된다.

주요 시설로는 볼링장, 롤러스케이트장, 스마트 체육시설을 갖춘 체육시설과 작은 도서관, 상설전시실, 소공연장 등의 문화시설, 그리고 키즈카페, 공동 육아 나눔터, 상담실, 교육장 등을 갖춘 가족센터가 들어선다. 또한 공유 사무실, 공유 부엌, 동아리실 등의 주민 생활시설과 방과 후 학습을 지원하는 드림스타트센터, 보성군의회, 시설관리사업소, 상하수도사업소 등 공공업무 공간도 마련된다.

센터가 건립되면 낙후된 보성군 보성읍 도심을 살리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될 것이 기대됐다.

문제는 센터 건립을 둘러싼 안전 문제 제기에 시행사와 보성군 그 누구도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것.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24일 점심께 보성군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센터 현장을 오가면서 보행자 안전통로가 없고, 공사 관계자 그 누구도 안전을 위한 조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당일 오후 군청 브리핑룸에서 시공사인 재성종합건설과 세화종합건설 관계자와의 면담을 추진, 지적 보도보다는 완전한 보행자 안전통로 설치를 전제로 한 해결책 모색을 도출했다.

이후 7월 27일 오후께 안전통로는 설치됐다. 하지만 어이가 없을 정도로 문제투성이다.

410억이 투입된 사업 현장의 안전통로가 이 정도라니 "주민들의 안전을 생각이나 한 것인지, 기자들의 지적이 우스운 건 지, 사업자의 행태와 군의 행정에 분통이 터질 정도다."


이후 기자는 센터와 비슷한 규모와 비슷한 사업비가 투입 중인 광주광역시 북구청 신관 건립 사업의 보행자 안전통로를 살펴봤다. 극과 극의 차이다.

먼저 안전통로 설치시기 문제다.

센터는 2022년 3월 8일 착공, 2024년 7월 24일 현재 5~6층 높이의 철골 구조물이 올라갔으나 보행자 안전통로는 없다. 기자의 문제 제기에 “이제 5층 정도 철골 구조물이 올랐으니 안전통로를 설치하려고 했다”는 것이 해명의 골자다. 하지만 광주 북구 사업장은 2024년 6월 13일 착공했고 터파기 공사 중으로 구조물이 전혀 없어도 안전통로는 설치됐고 통로 내부엔 전등, CC-TV 등도 안전 시설도 운영 중이다.

또 안전통로 설치 범위 문제다.

센터 현장 주변 보행로는 100여m에 이른다. 하지만 설치된 안전통로는 20여m 정도다. 설치 당일 방문한 기자의 이견 제시엔 “보행로 안쪽에 고층 구조물이 없는 곳엔 설치할 필요가 없다, 윗분들의 지시다”는 것이 답변의 요지다. 광주 북구 사업장은 공사 차량 통로를 제외하곤 구조물과 상관없이 보행로 전체에 안전통로가 설치됐다.

특히, 안전통로는 안전하지 않고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안전통로는 공사장 벽면에 붙어 1m정도 폭으로 설치됐다. 하지만 공사장 3~6층에서의 낙하물은 안전통로 위가 아닌 인접 차도로 낙하하고 이곳을 오가는 주민들과 차량에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자명해 보였다.

또 안전통로 내부는 대충대충 설치한 듯한 녹슨 구조물과 움푹움푹 파인 바닥, 불규칙한 보도블럭들이 어지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보행자 간 교행은 불가능하고, 바닥의 파인 곳을 덧댄 판자는 장애우의 출입을 막아섰고, 정상인들의 발걸음도 되돌리고 있다.

안전통로 외부 또한 사뭇 다르지 않다. 들쑥날쑥한 구조물, 비틀어진 안내판, 시장에서 많이 본 듯한 청색 천막은 안전통로를 휘감고 있는 등 여느 안전통로에선 보기 힘든 모양새를 뽐내고 있다.

보성읍에 거주하는 지역민 A씨는 “읍에 복합커뮤니티센터가 건립되면 여러 가지 혜택이 많다고 들어 기대가 아주 크다”며 “옛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는데 최근 센터 주변에 설치된 안전통로는 너무나 엉망이어서 센터 건립도 이렇게 되는 게 아닌 가 하는 염려조차 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센터 주변에 설치된 안전통로는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이용하지 않고 있다. 오가는 차량이 없을땐 인접 차도로 다니고, 그렇지 않을땐 무단횡단 후 건너편 인도로 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보성군 관계자는 “군민의 안전은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센터의 안전통로 설치는 간과했던 것 같다”며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만전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