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경찰청 "5월 순직경찰관 추도식 거행...사상 처음 5·18부상자회 참석" 용서와 화해 구해
제44주년 전라남도 5·18민주화운동 앞두고 추도식 열려 한봉철 5·18부상자회 목포지회장과 회원들...처음으로 추도식 참석 용서와 화해 첫 걸음, 이제는 하나되어 나아갈 때...
[투데이광주전남] 신종천 선임기자 = 전남경찰청은 제44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5. 17. 전남경찰청 ‘안병하 공원’에서 故 정충길 경사 등 순직경찰관들의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을 거행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한봉철 5·18 부상자회 목포지회장과 5·18 부상자회 회원들이 추도식에는 처음으로 참석하여 그 의미가 컸으며 순직경찰관들의 유족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제는 우리가 하나 되어 용서와 화해를 해야 할 때라며 오늘부터 하나되기를 바란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기사 하단에 유족대표 정원형 선생의 인사문 전문을 싣는다.
전남경찰청은 2019년부터 故 안병하 치안감 유족 등과 함께 순직경찰관의 희생을 애도하는 추도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6번째 추도식이다.
故 안병하 치안감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경찰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신군부의 강경진압을 거부하고 일선 경찰들로부터 총기를 회수 할 것을 명령해 시민의 생명과 경찰의 명예를 수호한 인권경찰의 표상이다.
故 이준규 경무관은 당시 목포서장으로 재임 중, 시위대에 대한 상부의 강경 진압 지시를 거부하고 실탄 발포 금지 및 무기소산 조치를 하여 시민을 보호했으며, 함평경찰서 故 정충길 경사, 이세홍·박기웅·강정웅 경장은 광주시내 시위현장에서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다 시위대 버스를 피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순직했다.
이날 추도식에서 박정보 전남경찰청장은 "순직경찰 영웅들의 헌신적 사명감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계승하고, 도민들에게 따뜻한 정성을 다하는 치안활동을 펼침으로써, 전남을 가장 안전한 고장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518 순직경찰관 추모식' 유족 인사문 전문]
존경하는 윤희근 경찰청장님, 박정보 전남경찰청장님과 이후신 함평 경찰서장님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경찰관과 시민 여러분, 오늘 이렇게 518 순직 경찰관 추모식을 준비해 주시고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유족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오월유공자 단체에도 감사드립니다. 오월유공자 단체가 오늘 참석하는지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저에게는 가장 떨리는 행사인 것만 같습니다.
80년 5월 20일 전남 도청 옆 노동부 앞에서 방석복을 입고 방석면을 쓰고, 당시 정권을 찬탈하고 자기 영달에 눈이 멀었던 신군부 세력과 그리고 당시 상황을 조작해 내기 위해 투입된 공수부대의 과잉 진압과 이를 용인할 수 없었던 시민 사이에서 그래도 시민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고자 했던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공수부대와 시민들의 충돌 사이에서 돌진하는 버스에 치여 머리는 뒤틀려 깨졌고, 복부의 살점은 떨어져 나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 채 터져 나오는 벌건 피를 부여잡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식어갔던 저희 아버님들 4분, 정충길 이세홍 강정웅 박기웅 그리고 당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위대를 설득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총기를 산개하여 충돌을 막았던 이준규 목포 경찰서장님, 그분은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였으나 오히려 과잉 진압을 하지 않았다는 죄명으로 신군부에 의해 혹독한 고문과 처분을 당해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또한 당시 전남 도경의 수장이셨던 안병하 치안감님은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국민을 향해 총을 쏠 수 없다며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시민을 지켜냈지만, 오히려 신군부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하여 고문을 받고 후배 경찰관들의 안위를 위해 스스로 옷을 벗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얻은 병으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상을 당하였으나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마음에도 몸에도 병을 갖고 지금도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수많은 경찰관이 있습니다. 정권 찬탈을 원했던 신군부에게는 국민도 적이었고 국민을 보호하려 했던 경찰도 적이었습니다.
이런 신군부의 만행 가운데서도 그래도 시민을 지켜야 했고 그래도 국민을 지켜내야 했던 위민 경찰이었고 위국 경찰이었던 이들을 다시 한 번 불러봅니다. 고 정충길 경사, 고 이세홍 경장, 고 강정웅 경장, 고 박기웅 경장, 고 이준규 경무관님, 고 안병하 치안감님 그리고 부상과 후유증으로 고통당하였던, 아니 지금도 고통당하고 있는 당시 경찰관님들, 당신들을 우리라도 기억하겠습니다.
이런 아픔 속에서도 다행스럽게도 안병하 치안감님과 이준규 경무관님은 5월 민주 영웅이자 경찰의 영웅이 추앙받고 계십니다. 아픈 희생이지만 민주 영웅이자 경찰의 영웅으로 세움을 받으셨습니다.
하지만 정충길, 이세홍, 강정웅, 박기웅 네 분의 경찰관은 어떠합니까? 당시 전남 도경의 대장님이셨던 안병하 치안감님의 명령을 받아 총기도 반납하고 최소 장비로 시민을 보호하다가 시민과 공수부대 사이에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습니다. 이 4분도 똑같이 시민을 보호하는 임무에 충실했는데 대장님이셨던 도경 국장님의 명령을 받들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80년 5월 바로 그 현장에서 사망한 것뿐인데 왜 안병하 치안감님, 이준규 서장님은 518 민주 영웅이자 경찰의 영웅인데 왜, 이 4분은 여전히 518 단체도 외면하고 정부도 야당도 여당도 민주화 운동 진영도 외면한 채 아직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가운데 있어야 합니까?
1980년 5월을 이은 신군부의 폭압에 맞선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또 하나의 아픈 사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1989년 5월 경찰관 7명이 희생된 동의대 사태입니다. 경찰관 7명이 죽음을 맞이했던 과정을 이 자리에서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동의대 사태에서 희생된 경찰관들은 “동의대 사건 희생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명예회복위원회가 설치되었고 위원장 1명,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되고 위원은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국가보훈처, 경찰청의 3급 이상 공무원 및 이에 상당하는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희생자에 대한 각종 명예회복 사업의 발굴 및 집행 등을 대통령령으로 실시하였으며 국가보상을 2013년에 사망 경찰관 유족에게 1억 2000여 만원을 받았고, 매년 추모행사 예산이 국가에서 지급되어 지금도 추모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저희만 국가를 통해서도 외면 받아야 합니까? 당시 이 사태에서 부상당하거나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들은 민주화 심의 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을 받고 보상도 받았습니다. 당시 희생된 경찰관들은 “동의대 사건 희생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라는 특별법을 통해 국가가 보상하고 명예를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4분은 여전히 어떤 보상도 없고 어떤 명예 회복을 위한 절차도 없습니다. 다만 이 추도식이 위로이고 격려일 뿐입니다.
따라서 국가에 요구합니다. 또한 입법부 국회의원님들께 요구합니다. 저희 518 순직 경찰관 4분에 대해서도 “동의대 사건 희생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해 주셔서 명예를 회복시켜 주시고 국가가 배상해 주시기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가해자가 아닙니다. 우리 또한 희생자입니다. 똑같은 민주화 운동의 과정에서 발생한 동의대 사태의 희생경찰관들은 국가가 명예를 회복시키고 배상을 하면서도 우리만 왜 소외되고 있습니까? 이런 부당함이 계속된다면 국가가 바로 우리에게 너희가 5월의 가해자다, 너희도 전두환 노태우의 신군부가 같은 존재라고 하는 또다른 가해를 하는 것이 됩니다. 부디 부탁합니다. 입법부의 국회의원님들, 이렇게 미약한 518 순직 경찰관들 유가족의 외침을 외면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정부 또한 이렇게 억울한 518 순직 경찰관들의 유가족의 한을 외면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518 민주화 단체들에게도 고합니다.
당신들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한 숭고한 희생자들이고 우리의 영웅입니다. 당신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 나라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우리 아버님들이 당신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지만, 저희는 당신들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적도 원수도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정권 찬탈을 위해 광주를 조작해 낸 전두환 노태우의 신군부가 원망의 대상이고 원수고 적입니다. 저희 아버님들도 경찰관이 아니었으면 쓰러지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보며 함께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 한 가지만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비록 자신이 한 일이 정당하고 정의로운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일로 인해 누군가가 죽어야 했다면, 아니 죽었다면 그 죽음 앞에 미안하고 통렬한 마음을 갖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당신들이 우리 아버지를 죽였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당신과 우리가 아직도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까? 왜 아직도 한 번도 서로를 껴안고 미안해서 미안하다가 아니라 얼마나 힘들었느냐고 얼마나 어려웠냐고 미안했노라고, 살아 남아줘서 고맙웠다고 왜 말 한마디 못 해줍니까?
저희 아버님들을 차로 밀어 죽음에 이르게 했던 당시 광주고속 버스 기사 배용주씨도 저희가 만나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아픔을 나누었건만, 왜 개인은 가능한데 단체는 안됩니까? 당신들의 희생이 값지게 역사에 기록되고 있는데, 우리 또한 그리해야 한다고 왜 말해 주지 못 합니까?
부탁합니다. 5월 단체 여러분! 함께 사는 세상이 여러분이 원하고 우리가 원하는 5월 정신이었다면 여러분도 우리를 이제는 안아주셔야 합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함께 어깨를 마주 대하고 이 나라 이 민족의 민주주의를 위해 연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5월의 책임자가 정말 누구인지를 밝혀내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경찰관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 4가족은 이렇게 국가에도 야당과 여당에도 그리고 5월 단체에도 외면 받는 소외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추모식이 시작된 지 이제 6년, 그동안 누구에게도 위로 받아본 적이 없던 저희, 그래서 5월의 하늘은 항상 잿빛 하늘이었고 남도의 푸른 고향 땅은 새까만 진흙탕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저희는 위로를 받고 격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들이 돌아가시고 38년 만에 세워진 부조상과 이곳에 조성된 공원 그리고 6년 차 열린 추모행사가 있었기에 5월 하늘이 그래도 조금은 푸른 하늘로도 보이고 새까만 진흙탕 고향땅이 조금은 푸른 고향 땅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위로와 격려가 그래도 우리를 지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부탁합니다. 아무리 경찰관이어도 남은 자가 있다는 것은 항상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남은 자는 너무나 어렵고 힘겨운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비겁하지는 맙시다. 시민을 위해 국민을 위해 맡은 바 소임에는 최선을 다합시다. 그러나 희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국가는 경찰관들이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장비와 시스템 그리고 근무 환경과 복지를 갖추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의 책임이고 의무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희생이 발생한다면 그 유가족들은 국가가 책임을 져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불의 앞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달려가는 우리 경찰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 결코 비겁하지는 맙시다. 그러나 무모하지는 맙시다. 함께 살아내야 함께 구해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5월의 하늘이 푸르게 느껴지는 것은 여기에 계신 경찰관 여러분 모두의 덕입니다. 여러분들의 위로와 격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이후신 함평경찰서장님과 박정보 전남경찰청장님 그리고 윤희근 경찰청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추모 행사가 가능하게 했고, 아버님들의 부조상이 세워질 수 있도록 도우셨던 민갑룡 전 경찰청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여기 있는 모든 경찰관들께도 그리고 오늘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도 그리고 오월유공자 단체에도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유족 인사를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5월 17일 유족 대표 정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