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찾은 행운의 새 흑두루미! 세계를 평정하다"
세계평화 메신저 흑두루미, 천연기념물 228호 전 세계 1만 8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 우리 국민에게 행운, 행복, 가족애의 의미 전해줘
[투데이광주전남] 신종천 선임기자 = “뚜루루 뚜루루 뚜루루~” 아침 동트기 전 전남 순천만 습지를 찾았다.
칠흑같이 고요한 새벽녘 습지 주변에는 가창오리 개체도 조금씩 보이고, 흑두루미 무리들은 포식자들을 피해 안전한 갯벌에 모여 한쪽 다리로 선 채 잠들어 있다. 디귿(ㄷ) 자 형태의 순천만 동쪽 농주리의 동천 갯벌은 흑두루미의 잠자리다.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원시 자연 습지를 보는 듯했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자 그중에도 일찍 일어난 흑두루미들은 다리와 날개를 쭉 펴고 ‘뚜뚜루루’하며 울어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이 트기 시작하자 흑두루미는 울어대며 천상의 오케스트라 화음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침밥을 먹으러 가야 한다는 저들만의 신호인지 삼삼오오 짝지어 나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큰 무리를 지어 날기 시작한다. 새들은 '희망농업단지'에 마련된 아침 식탁으로 줄 지어 날아가기 시작한다. 주변 농경지에도 벌써 검은 새들로 깔려 빼곡히 들어차 있다. 기러기, 청둥오리도 함께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순천만은 철새들의 천국임을 나타내 주고 있다.
행운의 새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28호이다. 흑두루미는 행운, 행복, 가족애의 의미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해가 되면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보내는데 두루미 그림이나 사진이 있었다. 우리나라 화폐 중 500원권 동전에도 두루미가 들어있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새임은 틀림없는 듯하다. 흑두루미가 번식하는 시베리아에서는 갈수록 보기 어렵지만 사랑을 나누는 순천만에서는 자연스럽게 볼 수 있어 우리에겐 행운이 아닌가 싶다.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날아드는 흑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먹이를 주는 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순천시는 62㏊의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를 조성해 농민들이 비축한 볍씨를 철새 도래 시기에 맞춰 먹이로 뿌려주고 있다. 이들은 12월까지 대대뜰에 흩어진 볍씨를 먹다가 1월부터 매주 순천시가 뿌려주는 볍씨를 먹으며 4월까지 지낸다. 농민들에게는 환경부와 순천시가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사업을 통해 보상해 주어 민,관이 상생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흑두루미가 서식할 수 있는 곳을 넓히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순천시는 희망농업단지를 109㏊ 확대하고, 전봇대 161개를 뽑겠다는 계획이다. 순천시는 전깃줄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흑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2009년 전봇대 282개를 없앤 바 있다.
아울러 늘어나는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순천시는 강원도 철원군, 충남 서산시, 전남 여수시·광양시·고흥군·보성군 등 6개 지자체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정부에 흑두루미 서식지 분산을 위한 남해안 벨트 조성을 건의했었다.
흑두루미는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하고 10월이면 월동을 위해 한국이나 일본, 중국 서부 등으로 이동한다. 이동경로상에서 개체수가 크게 줄어 멸종위기에 처했다. 난개발로 인해 습지가 줄어들면서 잠자리가 사라지고, 먹이활동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활동으로 머물 곳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흑두루미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취약종으로 분류한 희귀 동물이다. 전 세계 1만 8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으로, 대부분 한국과 일본에서 월동한다. 일본 규슈의 이즈미 지역이 세계 최대 월동지고, 한국에서는 3천여 마리가 순천만에서 겨울을 난다.
그런데 올겨울에는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가 폭증해 한때 예년의 3배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즈미 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해 지난 5일 기준 흑두루미 1294마리가 폐사하는 등 서식환경이 나빠지자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행운의 새 흑두루미! 우리 땅이 좋아 찾아온 만큼 자연친화적인 서식환경을 만들어 우리가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