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녹색 함초와 붉은 칠면초의 변신..."붉은 비단을 깔아 놓은 듯 장관"
깊은 산 단풍처럼 갯벌 위에 붉고,푸른 비단물결 깔아놔 태평염생식물원 해홍나물, 칠면초, 함초(퉁퉁마디), 적갈색으로 변신 갯벌체험의 산교육장, 칠게, 짱뚱어, 방게 등 코앞서 관찰
[투데이광주전남] 신종천 선임기자 = 전남 신안군 증도의 ‘태평염생식물원’에는 해홍나물, 칠면초, 함초(퉁퉁마디), 나문재라는 식물이 뒤섞여 자생하면서 '갯벌의 단풍'을 펼치고 있다.
국내 유일한 염전 습지로 생물상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자연적으로 다양한 동식물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연식물원이다. 5월과 6월께는 자주색을 띤 ‘칠면초’와 은색으로 반짝거리는 삐비 꽃이 식물원을 뒤덮지만, 지금은 함초와 칠면초 등 여러 가지 식물이 적갈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소금밭 11만㎡의 염전 습지엔 자생하는 갖가지 염생식물 군락지를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태평 염생식물원’이 만들어졌다. 갯벌습지는 유네스코 생물다양성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전망대에 오르니 염전 습지와 광활한 태평염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붉은 적갈색으로 변한 습지에 만들어 놓은 탐방로에서, 연인들이 걷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영화 속에서나 봄직한 생각이 든다.
이곳에는 함초(퉁퉁마디)와 나문재, 칠면초, 해홍나물 등 70여 종의 염생식물 군락과 오염된 곳에서는 자라지 않는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탐방로를 따라가면 칠게, 짱뚱어, 방게 등 갖가지 생물들도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자녀들과 함께 온 관광객들은 습지 생태계를 눈으로 경험하며 신기한 듯 바라본다. 갯벌 생물도 코앞에서 관찰할 수 있어 갯벌체험의 산교육장인 셈이다.
‘칠면초’는 바닷가 갯벌이나 염분이 많은 땅에서 군락을 이루고 사는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가지를 많이 치며 약 15~50 cm 정도로 자란다. 줄기에 방망이처럼 생긴 잎이 어긋나게 달린다. 꽃은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걸쳐 녹색으로 피며 점차 자주색으로 바뀐다.
염전 습지는 여름철 염전 침수를 방지하고 바닷물을 정화시키는 기능을 해 건강하고 질 좋은 천일염 생산을 돕는다. 풍부한 유기 영양분과 다양한 천연 미네랄이 퇴적돼 다양한 염생 식물과 갯벌 생물들도 자생 중이다. ‘칠면초’ 이름은 그대로 계절에 따라 일곱 번 색이 바뀌는 게 특징이다. 이맘때면 산속 단풍들처럼 갯벌 위에 붉은 비단을 깔아 놓은 듯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지어진 별명이‘갯벌의 레드카펫’. 그중에서도 가장 붉게 물들 때가 11월까지이다.
‘바다의 붉은 나물’ 해홍나물도 칠면초만큼 흔하다. 특히 서해안 일대 육지 가까운 쪽 갯벌은 대부분 이 식물이다. 칠면조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구분법은 칠면조 잎이 곤봉처럼 뭉뚝한 데 비해 해홍나물 잎은 길쭉하고 끝이 뾰족하다는 점이다. 곁가지가 땅에서 5㎝ 이상 떨어져서 나오면 칠면초, 땅에 거의 붙어서 나오면 해홍나물이다.
‘함초’(퉁퉁마디)는 여느 염생식물에 비해 줄기가 통통하면서도 마디가 뚜렷하다. 함초는 ‘짠맛이 나는 풀’이라는 뜻. 줄기를 혀로 핥아보면 짠맛이 난다. 별명은 ‘바닷속 산삼’. 그만큼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과 당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약초로 사용되기도 한다.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차로 달여 마시는 방법, 가루를 내 물에 타 마시거나 조미료 대신 요리에 넣기도 한다.
나문재는 다른 염생식물보다 키가 큰 편(50~100㎝)이다. 봄에는 녹색을 띠다가 가을에 붉게 물든다. 이맘때는 열매가 별사탕 모양이라서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다. 잎이 솔입처럼 가늘어 ‘갯솔 나무(갯벌의 소나무)’로도 불린다.
태평염전은 천일염의 식품 지정과 함께 한국의 천일염이 최고급 소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자연생태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태평염전은 생태 순응적 변화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며 염전과 함께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금박물관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최대 단일 염전답게 넓은 소금밭과 저수지를 품었고 60여 동의 소금창고, 근대 문화유산인 소금박물관은 자랑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