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탐욕하는 사람들, 상처받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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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16(토) 20:03
<칼럼> 탐욕하는 사람들, 상처받는 사람들

박경화 (소설가, 퍼포먼스 아티스트)
#이익충돌금지#소설집의자#백은하#햇빛모으기

박경화 칼럼 today-gj@daum.net
2019년 01월 28일(월) 14:52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의 애환을 안고 살아간다. 삶이란 희비극이 동시에 존재하며 그 안에 코미디 같은 상황들이 계속 포진되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삶이란 뚜렷한 정답 없이 매 순간순간의 판단 하의 선택으로 점철되어 간다. 이럴 때 주변의 벗과 지인들의 조언이 때론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물론 그 조언들의 세포엔 커다란 함정들이 교묘히 숨어 있을 때가 많다.

잘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볼 때 가족과 화목한 일상을 보내며 사소한 것들에 만족하는 소박한 일상의 유지, 라고 흔히 말한다. 누군가는 그에 반기를 들고 더 큰 소유를 제시하기도 할 테지만. 불행보다는 행운이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 선물처럼 나타나 주길 바라는 건 본능에 가까운 집착일지도 모른다. 매 순간들을 붙잡고 그에 지극 정성을 쏟고 미래의 복을 기다리는 것 또한 인간의 나약함과 삶의 절박함을 대변하는 것이다.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인간 본능이란 기본적으로 행복 추구에 온 집중이 되어 있다.

살면서 이웃들에게 정을 쏟고 크고 작은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현실적인 큰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건 주변을 돌아보면 결코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 무차별적인 무례와 폭력, 기만과 거짓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만다. 나라의 미래라고 말할 수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 젊은이들이 매일 접하는 뉴스는 절망과 실망이 점철된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부조리한 삶들이 끊임없이 목하 자행되고 있는데 희망을 갖는 습관과 긍정을 주입하는 자기세뇌가 쉬울 것인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백은하의 소설집 <의자>의 수록 단편 ‘햇빛 모으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극히 소박한 꿈을 안고 살아가는 온순한 서민들이 등장한다. 공감과 쓸쓸한 미소를 연속 짓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감정이 이입되어 서너 차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길몽을 자주 꾸면서 그 꿈의 운을 주변인들에게 단돈 이천원에서 만원을 받고 팔기도 한다. 신통방통하게 그의 길몽들은 지인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주인공이 자신의 어머니가 물려준 보잘 것 없는 땅을 팔게 된 원인도 길몽에서 추진되기 시작한다. 한 달에 두 세 번의 의뢰가 들어오는 도배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살아온 주인공은 공부 잘하는 착한 두 자녀와 알뜰한 살림꾼인 아내가 자신의 온 인생을 걸고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자랑이자 행복이며 미래이기도 하다.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유산으로 받은 길도 나 있지 않은, 맹지 산골집에서 슬레이트 지붕 집을 짓고 알뜰살뜰 살아가는 그는 현재 삶에 충실한, 이 시대의 지극히 건강한 가장이다. 유일한 소망은 자식들 좋은 대학에 다니고 좋은 직장을 다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다. 주인공의 순응적이고 온순한 품성은 그 소박한 행복의 실현을 운 좋게 모두 이루어 나가는 듯 하다.

하지만 그의 소박한 일상은 어느 날 커다란 쇼크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자신의 궁한 삶에 유혹적인 돈 3억의 제안으로 팔게 된 부동산이 다시 16억원이란 커다란 돈에 팔리게 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삶은 비틀어진다. 그는 배신감과 억울함으로 홧병이 생기고 만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선 정보는 이미 서민들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탐욕의 기운들은 기만적으로 지역의 구석구석, 사방팔방으로 뻗어가기 시작한다. 도배 일을 같이 하고 있는 동지들의 위로는 한 인간의 절망을 보는 것에서 은밀한 통쾌함을 느끼는 기만의 제스처 일뿐이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돕고 정보를 주었더라면 어쩌면 우리의 주인공은 16억의 거액을 갖는 기회를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다.

세라비. c’est la vie!
삶이란게 그렇다.
인간에게 무얼 더 바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한 기만적 상황을 피해가는 것 또한 살면서 큰 행운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한다.

백은하의 소설집 <의자>에 수록된 몇 편의 작품은 참 우연하게도 현재 한 의원의 지역 부동산 투기 사건과 맞물리면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작가는 결국 실재하는 사건들을 아주 우회하여 작품을 쓴 셈이지만 인간 탐욕의 추함은 결국 유쾌하지 못한 실망과 씁쓸함을 간접 전파한다. 익살스러운 그 표현들에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눈물이 고여 들게 하는 기술에 탄복하는 건 덤이며 근원적인 삶과 인간에 대해 다시 한번 사유케 하는 독서의 즐거움은 이 책의 ‘선물’이다.

삶이란 왜 이리 크고 작은 배신의 연속일까.
산다는 것, 무수한 함정이 숨어있는 그 전장 속에서 소박한 행복 찾기란 또 얼마나 애틋한가, 백은하의 단편 ‘햇빛 모으기’에선 그러한 스토리가 무심하고도 뼈아프게 펼쳐진다.
박경화 칼럼 today-gj@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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